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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알바의 필요성

난 아직 성인이 아니다.
이번 수능만 치르면 성인이 되긴 하지만.

난 흔히 말하는 망한 인생이다.
세간의 인식으로 보자면 그렇다.

공부를 다 놔버리고 맨날 휴대폰만 붙잡는 망한인생.
일을 한다 해도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일용직.

그게 아마도 애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일 것이다.
지금도 봐라. 수능 한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알바를
하고 있지 않나.

뭐 사실 크게 틀린말은 아니다.
애들이 나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도 당연하다.
진짜로 나는 공부를 하나도 하고있지 않고,
대학교에 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사회에 나가서 일자리를 얻으려면 공장에나 가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태연한 이유는
난 내가 할 수 있다는 '근자감'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기인한 건지는 몰라도
난 성공한다는 확신이 있다.

주변 내 또래가 잘 모르는 정보를 쥐고 있어서 그런가.
하도 많은 성공사례를 닳도록 들어서 나도 성공했다고
착각했든가.


이렇게 근자감이 넘치지만, 기본적인 자각은 하고있다.

난 성인이든 아니든 혼자 스스로 내 힘으로 '돈 벌기'를
해보고 싶었고,
그것은 곧 알바가 되었다.


일하기 싫어


뭐? 온라인으로 돈을 벌겠다는 놈이 알바를 한다고?
닥치고 블로그나 유튜브 만들것이지 ㅋㅋ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난 사회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온라인만으로 돈을
벌기는 힘들것이라 생각했고
또 경험의 다양성을 중시해서 알바라는 길을 택했다.
내가 한 알바는 고깃집 홀서빙이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꽤나 유익했다.


첫번째로, 난 홀서빙이나 복잡하게 머리를 써야하는 알바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알바를 하면 어떤날에는 손님이 굉장히 많이 오신다. 한 팀에서 3~5분이 끊이질 않고 들어오신다.
처음 물 나가고, 주문 받고, 상 나가고, 고기 나가고, 기본 반찬 리필하고 등등.
그걸 여러군데서 다 듣고있으면 머리가 터질것 같다ㅋㅋ
그렇게 바쁜날에는 손님 주문을 받고도 잊어버려 그냥 씹어버린다.
손님이 두 번째로 요청했을 때 아차! 하면서 갖다드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이 일하는 사장님이 정말 대단하게 보였다.

난 여러상황에서 복잡하게 이거하고 저거하는 건 맞지 않는다.
물론 이런것을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해당하지 않는다.(1년동안 여기서 알바한 알바생이 있다는 소리듣고 기겁했다 ㄷㄷ) 한번에 하나씩 하는 걸 선호한다.


두번째로, 성격이 맞지 않는 상사와 일하는 건 지랄맞은 일이다.

알바하면서 날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손님들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상사였다.
난 확실히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의 명령을 듣는 건 참 곤혹스러웠다.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객관적이지 않는 내 입장에서 말하게 되는거고
단순 험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말하지는 않겠지만
일주일에 겨우 두번만 나가는데
그 이틀때문에 일주일 중 4일이 힘들어진다.
시도때도 없이 그 사람과의 관계나 대화에 대해
곱씹어보고, 혼자 생각하다가 기분이 나빠지고.
알바가기 전날은 가기 싫어서 우울해지고,
알바가는 날은 아침부터 죽을상이 된다.

해결 방법은 다행이 간단하다.
1.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기위해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사는 것.
2.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영향받지 않는것.

2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세번째로, 쉽게 써버렸던 만원 한장에 내 한시간의 노동력이 연상된다.

이건 간단하다. 돈에 대한 개념이 머릿속에 박히는 계기가 되었다.
더 간단히, 돈이 존나 소중해졌다는 얘기다.
허벌나게 일해서 번 내 돈을 함부러 쓸 수 있을리가 없다.


자, 진부한가?
그러나 내게는 이 모든것을 처음으로 겪고, 처음으로 크게 와닿았다.

돈이 소중하다고 백날 귀로 들어봐야 어차피 모른다.
직접 ㅈ빠지게 일해서 돈을 벌어봐야 한다.
성격 맞지 않는 상사와 일하기 힘들다고 해도 모른다.
직접 ㅈ같은 상사한테 갈굼 당해봐야 한다.

이런 말들이 직접 내게 '체감'되었으니,
알바라는 경험은 내게 무척 유익했음이 틀림없다.

사회에 갓 나가는 초년생들은 알바라는 경험을 한번씩은 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오늘 그만둘거다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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